하진, 김연수 옮김, 『기다림』, 시공사, 2007 가을이다. 그것도 아주 눅하게 오래된 느낌이 나는 가을이다. 이제는 '벌써 늦가을인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기이다. 길가에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그 낙엽을 밟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며 사는 때이지. 가끔은 부지런한 경비아저씨가 싫어진다. 바람속에 날리는 낙엽이 보고 싶은데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이미 자루속에 몽땅 담겨져 있다. 낙엽도 쓰레기인 세상이다. '낙엽을 태우면서'란 그 멋진 수필에서 갓 볶은 커피의 냄새가 느껴진다는 그런 향을 이젠 더 이상 맡기 어려운가 보다. 가을이란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려 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마다 기다리는 계절이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든 계절이 그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때마다 난 계절을 탄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