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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사진 & 인터뷰집, 민병일 옮김, 『세상에 말을 건네다. 붉은 소파』, 중앙 books, 2010


 사진집이면서 인물들의 인터뷰가 짧게 실려 있는 책이다. 주가 어디인지 불문명하지 않다. 이 책을 보는 이유는 인터뷰보다 그 안에 실린 사진을 보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각 사진마다 추가되어 있는 인터뷰를 보는 것도 꽤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인터뷰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 당신의 범한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인가', '당신은 사후세계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당신이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등의 질문에 사진 속 인물들이 짧게 대답한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삶의 성찰이 녹아있는 글들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사진일 수 밖에 없다.
 아주 멋들어진 사진이라거나(기술적으로나 미학적으로) 주제의식이 강한 나머지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건지'하며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 곳에선 붉은 소파에 앉아 있거나 그것을 배경 삼아 독자를 바라보는 수많은 인물들이 거기에 있다. (간혹 너무 멀어 인물이 도드라지지 않고 오히려 배경이 도드라져 보이지만 그것이 위압감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면안에 녹아있다) 그 인물은 평범한 사람들 이를테면 청소부, 실업자, 연금생활자, 슈퍼점원, 심지어 저자의 아이까지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거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고르바초프, 스티븐 잡스, 이 책의 표지에 나온 제인구달까지 그 인물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도대체 그 인물들의 선택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작가의 의도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화면속의 인물이 누구이냐가 아니다. 그들은 그 한장의 사진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지난날을 미래를 녹여낸다.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붉은 소파는 그곳에 등장하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어준다. 모든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 주면서 그 안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슬며시 얹어 놓는다. 마치 거기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나 여기 있어'라며 나직히 소리내는 느낌. 그것에 관심가져 주지 않아도 좋다는 듯 아주 편안하게 붉은 소파와 함께 한다.
 나도 문득 그 붉은 소파에 앉아 인터뷰에 답한다면 어떤 포즈를 지으며 어떤 대답을 할까 잠시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