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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고종석, 『독고준』, 새움, 2010


고종석의 글에 빠져 오랜동안 헤어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고종석의 글에 대한 전작주의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다작(?)과 다양한 스펙트럼에 기가 눌려 조금씩 멀리하던 즈음. 아니 어쩌면 이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의 책들이 내 기대와 달랐기 때문에 멀리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언어학적 감수성과 우리 말에 대한 애정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가면서 조금씩 그를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독고준』이라는 그의 두번째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들』에 이어 그가 쓴 두번째 소설을 보는 순간 '혹시'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서점에서 겉표지에 문구를 보는순간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인훈의 책을 떠올렸다면 그 영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건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최인훈의 작품. 『광장』, 『회색인』 무협지도 아닌것이 세로읽기 였었고 그 세로읽기에 굉장히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그 책이 주는 멋스러움과 옛스러움에 빠져 일종의 현학적 책읽기에 빠져 그 어린나이에 별 생각없이 최인훈의 책을 그렇게 읽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최인훈의 신작이 아닌 『독고준』이라는 제목으로 회색인의 그 이후를 읽게 된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만약 최인훈이 이 책을 읽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군대에서 『화두』를 읽었고 시립도서관에서 열리는 그의 강의를 수업을 빼고 들었으며 얼마전 그의 신작 『허수아비』를 읽었다.

이 책은 고종석의 책 『히스토리아』, <고종석의 칼럼>들을 잘 배합해놓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주 많은 배경지식과 아우라가 있어야만 가능한 글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내용들이 그의 머릿속에 아직 많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이 책은 고종석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