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배와 그 양식들 - note 5

이리가레에 따를 때 두가지 주체성이 있다. 남성의 주체성과 여성의 주체성이 그것이다. 이 두가지 주체성은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다. 자신이 두 가지의 '유'중 단지 하나에만 속해 있다는 한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이 다른 하나의 주체성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도 그 다른 하나의 주체성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전부'인 듯이 주장하는 것은 실재하는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을 타자에게 부과하는 유아적인 행위이다. 하나의 주체성이 전부가 되어버리면 다른 하나의 주체성은 그 주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대상성으로 전락한다.

남성적 주체성이 '보편성'을 참칭해온 것으로 여기고 실제로는 두가지 보편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남성적 보편성과 여성적 보편성이 그것이다. 이 말은 남녀간에 건너뛸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수평적 초월성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되 그 한계를 '초월'하여, 즉 자기 중심성을 초월하여 성적 차이를 인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다른 성적 유(類)의 타자성을 발견함으로써 자기자신의 제국주의를 초월한다는 것이다. 이리가레에 따를 때 이러한 수평적 초월성은 동물성에서 영성으로의 이행을 내포하는 것이다. 수평적 초월성을 통해 영성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은, 그 초월성이 바로 자기자신을 뛰어넘어 타자와 교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