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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신미식, 『마치 돌아오지 않을것처럼』, 끌레마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김광석은 나이 마흔이 되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리가 닿을까 걱정이 되어 직접 타보았더니 닿더라며 기뻐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행히 나는 그럴 걱정은 없다. 하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항상 여행에 대한 미련들이 있다. 내가 지금 여기 있기 때문에, 다른 공간에 대해 꿈꾸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일테다. 그곳에 가면 나란 존재에 대해 더 이상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어디를 가든 어떤 행동을 하든 누굴 만나든 관심 갖지 않을 테니까. 가끔은 익숙함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다.

낯선 하지만 낯설다기보다는 그곳에 가면 무언가 모를 설레임에 휩싸일것이다. 정처없음조차 조용히 즐길 수 있다. 길거리에 주저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거리를 조용히 들어주면 된다. 대화쯤이야 통하지 않으면 어쩌랴. 그네들의 모습속에서 조용히 그들의 삶을 오롯이 생각하면 된다. 그것이 여행이니까. 누군가가 말걸어주길 기대하며, 말걸어주지 않아도 된다. 조용히 내가 다가가면 되니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질테지.

오랜 시간이 아니라면 그 낯선 익숙함은 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신미식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다. 아마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내게 내재되어 있는 역마살, 방랑병 그리고 조금은 반골적 성향들. 아직 늦지 않았을 테지. 그래서 내일 내가 무엇을 할지. 내년에 나이 마흔이 될 때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신미식의 포토 에세이는 참 따뜻하다. 누군가가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며 해주었던 말인데 그 말이 이 책에 가장 어울리는 듯 하다. 아이들의 눈망울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본 적 없는 아이들과 풍경이지만 어제 본 것 같은 느낌.

덧붙이는 말. 책속에 신미식의 블로그가 나와 있기에 방문했더니 친절하게 내 블로그에도 들러주셨더군요. 지금은 여행중이 아니신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