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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조희봉,『전작주의자의 꿈』 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 함께읽는책, 2003


『전작주의자의 꿈』 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 조희봉 지음, 함께읽는책, 2003


참 많이도 웃음짓게 한다. 흔치 않게 누군가 자신의 우물안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미는 듯한 느낌을 받는 책이었다. 강한 울림이 아니면서도 그 울림 때문에 다시 한번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처음 책의 세상에 빠져들게 되었을 때에는 그 울림은 아주 작은 떨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떨림덕분에 나는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든든한 지기를 만나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바라지도 않고 오히려 언제나 내가 너의 곁에 있어줄것이란 믿음을 주며 내 머리맡에 그것들은 놓여있다.

전작주의를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흐르는 흐름은 물론 심지어 작가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징후적인 흐름까지 짚어 내면서 총제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통시/공시적 분석을 통해 그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가 당대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찾아내고 그러한 작가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일정한 시선’을 의미한다.

나도 한때 전작주의였던 때가 있다. 이 글의 주인공 조희봉처럼 고등학교때에는 이문열과 조정래에 빠졌었고 얼마전까지는 고종석의 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해가기는 하지만 그 당시의 떨림들은 지금도 강한 울림으로 내게 전달되어 온다.

책의 내용중에 저자가 이윤기 선생의 『뮈토스』가 많은 부분 개작되어 다시 나올 예정이라고 하면서 그 소식이 오히려 내게 서운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보물책을 다른 사람들도 쉽게 구하게 되리라는 작은 질투라고 말했다. 참 많이 공감하며 웃음지었다. 나 역시 책이나 음반이 나만의 것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절판의 기쁨을 느끼면서, 혼자만의 행복에 젖어 있을 때 다시 나온다는 소식이 오히려 반갑기보다 서운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이게 바로 전작주의자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해보았다.

헌책방을 다녀보지 않은 사람, 아니 서점을 다녀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 곳이 주는 매력을 말보다 몸으로 한번 가보고 느껴보는 것이 더 가치있는 깨달음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