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 놓고 걸어가기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우리 집엔 사람이 없었다. 그 빈 집의 공허함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문득 집 뒷편의 둑방길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무슨 생각을 해서였을까 햇살은 지나치리만큼 따뜻했고 나의 시선이 가는 곳은 너무나 아늑했다. 걸음을 걷기 시작했고 주위의 풍경들이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풍경들을 이겨내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하지만 빈 집의 쓸쓸함이 주는 느낌보다 지나치는 풍경들의 낯섬이 오히려 날 끌었는지도 모른다. 한참을 걸었고 그 길 끝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평선은 아니지만 한쪽으로 낮은 산들이 나를 포위하고 저 멀리 외딴 집의 할머니는 자식을 위해 저녁을 짓다가 나를 멀거니 바라보더니 잠깐 눈짓한번하고 당신의 일을 계속하셨다. 발은 점점 무거워졌고 처음의 당당한 발자욱이 .. 더보기 이전 1 ··· 120 121 122 123 124 125 126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