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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사랑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을린 사랑>







자주가는 곳
그 곳 오리 무비 꼴라주 8관 j열 13번

마음이 답답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볼수 있는 영화는 두편
그 시간동안 처절히 가라앉고 싶어 택했던 영화

영화속 장면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리고
모든 것들이 폐허로 변한 장면들 사이로
한 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

그 수많은 고리들중에
하나라도 어긋났더라면
어찌되었을까
그들의 삶은 달라졌을까
때론 모르는게
잊혀지는게 더 나을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처음은 짐작했다.
두번째는 설마.
설마.라는 불편한 진실이 내내
입을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늘 불행한 예감은 이상하게 맞아 떨어진다

극장의 의자에 더이상 기대지 못하고
몸을 머리를 앞으로 빼
화면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수영이 하고 싶었다
수영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온 몸을 물속으로 밀어넣은 채
아무것도 듣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물속에서 나아가고 싶다
시원스럽게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것인지
알 수 없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집에 와서도 그 기분 그대로
한 참을 멍하니 있다
겨우 든 잠
새벽 네시 잠에서 깨어
담배를 피워 물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아침.

힘이 들때마다
이겨내는 방법은
한 없는 나락으로 나를 밀어넣는 것 외에 답이 없다
더 처절하게 부서지고
더 처절하게 고통받고
더 많이 부서져서
더 이상 상처받지 못하는 곳까지 밀어넣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다

그녀 또한 그랬으리라
그녀의 노래가
그녀의 삶이 그랬을것이다.

영화속에 그려진 그녀의 모습보다 더 가슴아픈건
그녀가 살아서 이겨내야 했던 그 순간들이다.

그 문신의 흔적을 발견한 충격보다 더 한것은
어쩌면 그녀가 그것들을 이겨낸 그 순간들이었을것이다.

달라졌을까
달라지지 않는다
세상은 쉬 달라지지 않는다
이걸 택하든 저걸 택하든
그게 무엇이든
세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고
더 나아지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공기의 밀도 사이로
차가 지나가는 흔적의 소리들이 들린다
바람이 부는듯 '쏴아'하고 길게 꼬리를 무는 그 소리들

그 소리 끝이 길다.
밤이 길어서인가.

귀에서 소리가 들린다.
눈에서 무엇인가 보인다.
가끔은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들리는 것들이 있다.

그 길속에 서 있으면

얼마나 많은 길을 더 걸을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그 길.

그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인가.
나에게 주어진 것인가.

그것에 대한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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