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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사랑

바람.

옥상에 올라가 탄천을 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 풍경속에 살포시 눈을 얹어 놓은 건지도 모르지
스산한 가을 풍경 아래 한 사람이 붉은 색 옷을 입은 채 달리기를 하고 있다.
살짝 비가 흩뿌리는 듯한 날씨 속에서 그 바람을 맞으며 아래 위로 오르 내리며 내닫고 있다.
무엇이 지금 이 시간 그를 달리게 하는지는 모른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인지
어떤 생각들을 잊기 위해서인지
그건 내가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땅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보면
이것이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과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과의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하나는 나뭇잎 다른 하나는 낙엽.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은 늘 우리를 어렵게 만든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그것이 다른 이름으로 다른 생각으로 불려지지만
결국은 다르지 않은 하나임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

난 그런 생각들에 대해 용기 있는 편이 아닌가 보다
그것을 두고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후리쳐 던져 두고' 오랫동안 응시하고 바라보기만 한다.
그 속에 선뜻 내 몸을 던져두는 것을 두려워 한다.

오랜동안 몸 안에 담아놓은 내성 때문일까
그런 모습에 스스로 자괴감이 들고 비루하게 느껴지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당신과 나
그리고 그 조건과 상황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하면 그 '답'이라는게 주어질까

나에게 묻고 당신에게 묻고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그 어디쯤에 서 있게 될까
그 어디쯤을 누군가 나에게 귀엣말로 나즉히 속삭여 주었으면 좋겠다

바보야. 이럴땐 이렇게 하는 거라고
그것이 어떤 길이라 할지라도, 선뜻 주어담을 수 있게 말이다.

나약한 내 자신이 이렇게 부끄럽기만 하다.
그 가을 풍경 속으로 나를 던지고 바람 맞으며 뛰면 좀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