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tism

지배와 그 양식들 memo1

싸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싸르트르는 자유인을 복종시키는 방법으로 우선 사랑을 제시한다.

싸르트르에 따를 때 사랑하는 자는 자신의 애인이 자신을 그 내면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해줄 것을 원한다. 이는 곧 애인이 자신을 '자유에 의해', 즉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사랑할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선택이 아닌 사랑은 거짓에 불과하므로 그러나 동시에 사랑하는 자는 자신에 대한 애인의 사랑이 고정된 것이기를, 불변하는 영원한 것이기를 원한다. 즉, 그는 애인의 사랑을 자유로운 내면의 흐름에 맡겨두길 원하지 않는다. 애인의 사랑을 고정시키기를 원한다는 것은, 애인의 사랑을 '소유'하기를, 애인의 사랑에 있어서 자유로운 변화를 제거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사랑하는 자는 애인이 자유인이면서 동시에 노예이기를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 사오항에 놓이게 된다. 자신에 대한 사랑의 선택에서는 자유의지를 따르기를 바라는 반면 사랑의 방식에서는 자유의지를 결여한 노예와 같기를 원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싸르트르에 따를 때 그러한 이중적 욕망을 실현하는 방식은 자신을 애인에 대해 '절대적 대상화'하는 것이다. '절대적 대상'이란 절대로 뛰어넘어질 수 없는 대상, '세계의 전부'를 구성하는 대상이다. 싸르트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랑하는 자는 자신의 애인에게 있어서 세계의 전부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그가 세계측에 자리잡는다는 뜻이다. 그는 세계를 총괄하는 자이며, 세계를 상징하는 자이다." 애인에 대해 '절대적 대상'이 된다는 것은 내가 애인의 세계의 전부가 됨으로써 애인이 결코 나의 밖으로 나갈수 없다는 것, 나의 세계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인은 자신의 전부로서의 나에게 예속되게 된다. 그래서 노예는 주인을 자신의 내면 속에서 초월할 수 있어도, 애인은 '절대적 대상'인 나를 절대로 초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유에 의한 복종은 오래 지속될 수없다. 왜냐하면 '절대적 대상'이란 나의 입장에서는 나 자신의 실재와 부합하니 않는 하나의 허구이고 또 애인의 입장에서는 판타즘의 투사에 따른 상상적 구성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애인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절대적 대상으로 삼는 것이 나리라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내면에 형성되어온 판타즘을 투사하여 상상적으로 구성한 나를 절대적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한 판타즘적 절대적 대상은 나의 실재 모습이 드러나게 되면서 여지없이 해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절대적 대상은 현실에 의한 검증을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이 이처럼 좌절할 때, 사랑에 뒤이어 자유인을 복종시키려는 시도는 성적 행위로 나타난다. 즉, 성적 행위는 좌절한 사랑을 대체하고 들어선다. 싸르트르에 따를 때 성적 행위란 타자의 육체를 소유함으로써 타자의 의식의 자유를 동시에 소유하려는 것이다. 육체의 소유가 의식의 소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은 의식을 육체 속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즉, 의식을 육체에 동화시킴으로써 육체와 의식을 동시에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의식은 육체를 의식하지 못한다. 바깥의 대상을 향해져 있는 '지향성'으로서의 우리의 의식은 우리의 육체를 떠나 세상을 떠돈다. 이처럼 바깥의 세상을 향해져 있는 의식을 육체에 잡아매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애무이다. 애무가 행해질 때 타자의 의식은 애무받는 육체로 '지향'되어 그 육체에 고정되고 동화되어 버린다. 싸르트르는 의식이 육체에 동화되어 생겨나는 것을 '살'이라 명명한다. "타자를 애무할 때, 나는 나의 애무로 말미암아 나의 손가락 밑에서 타자의 살(chair)을 탄생케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애무를 통해 '살'고 깨어난 육체 속에서 의식과 육체는 동화된다.

성적 행동은 육체를 '살'로 변화시켜 소유함으로써 '살'을 통하여 육체에 동화된 의식마저 소유하려 한다. 그러나 이때 소유된 것은 단지 육체에 동화된 의식일 뿐 타자의 자유 그 자체는 아니다. 타자의 의식은 오직 성적 행위 동안에만 그의 육체로 지향되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때 그의 육체에 동화된 것은 단지 그의 육체로 지향되어 있는 그의 이식일 뿐 그의 자유 그 자체는 아니다. 비록 성적 행위 동안 내가 타자의 의식을 그의 육체에 완전히 동하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성적 행위가 끝난 이후에도 마치 타자의 의식을 소유하고 있는 듯이 행동했다가는 곧바로 타자의 반발을 사게 된다.


'notis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배와 그 양식들 memo 3  (0) 2008.12.11
지배와 그 양식들 memo2  (0) 2008.12.11
note 3  (0) 2008.12.08
note 2  (0) 2008.12.08
note 1  (0) 200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