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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사랑

봄 꽃

 봄 꽃들은 대개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무엇이 그리 다급한 걸까? 물어본들 꽃이 답을 하랴마는, 사람들은 애써 이유를 밝힌다. 키가 작아 저보다 큰 풀이나 나무가 무성해지면 햇볕을 받을 수 없는 까닭이란다. 그러니 서둘러 꽃을 피우고는 채 여름이 되기도 전에 줄기와 잎을 떨군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돌아 올 때까지 알뿌리인 채로 긴 잠을 자는 것이다.

 꽃을 피운다는 건,  겨우내 긴 시간 속에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그들을 부르는 소리에 조용히 대답하는 것이다. '나 여기 있어요, 이렇게 땅 속에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가 너무 작아 그냥 모른 채 지나간다. 그러다 선연히 자신의 울음을 키워내며 그제서야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여기 있었네'하며

 사람들은 모른다. 그 꽃이 거기에 오래도록 있었음을. 땅 속에서 오래도록 그 곳을 지켜왔음을. 누구 하나 손짓하나 눈짓하나 보내지 않아도 그 곳에 그렇게 숨죽이고 있었음을. 꽃이 피고 나서야 사람들은 안다. 마치 이 곳에서 처음 본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것처럼

 지난 한달여간 꿈을 꾸었다. 그 꿈은 달콤했다. 달콤했기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빠져들었기에 꿈에서 깨고 난 후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멀다. 깨기 싫다. 하지만 그 꿈은 모래처럼 흔적도 없이 내 손에서 바닥으로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바닥의 모래들과 섞인다. 어느 것이 나의 모래인지 찾을 수가 없다. 그 수없이 많은 모래 알갱이들 속에서 다시금 그 꿈을 찾기 위해 헤매인다.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모래알 하나 하나에 눈을 두며 그 반짝임 속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건 달콤했던 꿈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나'의 모습이다.

 오래도록 책을 읽는다. 그 책속에서 하는 말들이 바람이 되어 내게 속삭인다. '여길 봐 여기에 답이 있어' 하지만 책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답은 그곳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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