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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이동범, 『자연을 꿈꾸는 뒷간』, 들녘, 2000

어린시절 부모님의 손에 끌려 아버지의 고향인 서산에 가거나, 시골 이모님 댁에 가면 항상 머리 아프게 하는 것중의 하나가 화장실이었다. 물론 그 당시의 우리집 화장실 역시 재래식 화장실이었건만 시골의 화장실이 주는 공포감은 차원이 다른 무서움이었다.

우리네 뒷간에 대해 생태적인 입장에 대해 잘 풀어놓은 책이다. 하지만 과연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이라도 귀농 혹은 생태적 삶을 살기 위해 지금 살던 곳을 떠나 전원으로 간다면 모를까. 지금의 생활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너무나 먼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린시절 경험한 뒷간의 문화들속에 그렇게 다양한 지혜와 혜안이 녹아있음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지금 시골에 가도 책속에 나오는 뒷간은 찾아보기 힘들 듯 싶다. 얼마전 방문한 사찰의 해우소조차 겉모습과는 다른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을 보고 조금은 낯설어 했다. 뒷간 하나의 우리 살림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