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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허영남,송철웅 지음/이정식 사진, 『허영만과 열 세남자 집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가디언, 2010


218km의 직선거리를 만 1년여의 시간동안 3,057km를 항해한 열 세 남자의 이야기. 남자들의 허세는 술자리에서 일어 나는게 태반이다. 하지만 그 허세들이 실제로 증명되는(증명해야 하는)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간혹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씨가 되어 일이 벌어지는 사단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단순하고 무식하다. 그 단순한과 무식한 정초들이 그들을 묶어내는 힘이기도 할테지만.

'모험', '탐험' 남자들이 가지는 로망 아닌가. 떠나라 거기에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무심코 배위에 실려온 벌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날아갈 엄두를 못내고 날개만 가늘게 떨고 있는 그런. 일상적인 권태와 무료함이 바로 벌의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탈을 꿈꾸겸서 발은 진흙속에 깊이 박혀 '옴싹달싹'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어디로 가느냐 왜 가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건 더 이상 의미 없다. 대답은 아주 단순하다. 그냥 가는거지 가다보면 뭔가 나오지 않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다. 떠난다는 건 나를 놓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