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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서명숙,『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북하우스, 2010


하루만에 읽어버릴 정도로 빠져드는 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닐지라도, 평소 산티아고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걷기, 그리고 번잡한 도시가 싫었던 사람이라면 쉽게 빠져드는 이야기이다.

저간의 평가들 그리고 작가의 약력보다는 그의 진정성이 글 속에 배어 있음을 느낀다.

책의 내용을 방점을 찍어주지도 않고, 거창하게 뽐내지도 않는다.

중간중간 보이는 은근한 자부심은, 그 일을 얼마나 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는지 느껴진다.

나에게도 그런 기억들이 있다.

누군가가 그 부분을 건드리면 발끈하며 반응한다.

그건 그 부분에 대해 그렇게 노력하고 일했는데 말 한마디로 평가해버리는게 못마땅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다

아마도 그의 말들에서 느껴지는 올레길에 대한 애정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아닌 흙길 걷기.

그동안 얼마나 잊고 지냈던 일인가

그리 나이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잠깐이지만 이놈의 건설공화국, 토목공화국 탓인지

요즈음에는 흙길 걷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이다.

등산을 가서 산길을 걸을때에도 여지 없이 펼쳐지는 시멘트길과 산을 너무 사랑한다는 드잡이 등산꾼들만 그득하다.

올레길을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빠른 시일내에 그 길을 걸고 있을 나를 본다.

어느 코스를 걷고, 올레길을 완주하거나 그 길에 빠져들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난 올레길이 아닌 흙길을 오랜만에 걷고 싶다.

오가며 마주하는 길. 지나는 사람이 있을 때 한번쯤은 옆으로 서서 길을 양보하며 웃음짓는 그런 길

다양한 자연의 색들이 공존하는 그 곳

가을이라 그런지 요즈음의 하늘을 보면 그리 감탄스러울수가 없다

하늘이며 구름이며 그 빛깔이란

산을 보고 여기 저기 피어있는 잡풀들만 보아도 왠지 모르게 가슴떨리는 그 기분이란

그동안 너무 도시에 찌들려 살았나 보다. 도시에 찌들려 있었다기보다는 더러운 사람들속에 지쳐 있었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냄새 나는 길이 생각난다. 그 곳에 가면 사람냄새가 날것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