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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로렌스 앤서니 지음, 고상숙 옮김,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뜨인돌, 2009.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한복판의 '바그다드 동물원'으로 들어간 한 사나이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내용 자체는 꽤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나 역시 전쟁 반대론자이다. 어떤 경우라고 하더라도 폭력이나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 더군다나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동물보다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문제에서 자유로울수 없지 않은가. 동물보다 한명의 인간을 구해내는 것이 더 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이러한 생각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책의 내용 속에 이런 나의 물음에 대한 답은 곳곳에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동의하긴 쉽지 않다. 머리는 가는데 몸이 가지 않는다.

로렌스 앤서니의 열정은 대단하다. 전쟁의 한복판에 들어가는 용기라든가 그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 곳곳을 뛰어다니며 일을 해결하는 모습속에서 그의 동물에 대한 순수함과 열의가 느껴졌다. 동물을 구하느냐. 사람을 구해야하느냐의 논의 이전에 어떤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너무나 멋졌다. 그의 눈빛, 땀이 여기에까지 느껴진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나태해지고 있는 나에게 '이봐! 자네'하고 조용히 부르는 듯 하다.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