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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전광식, 『세상의 모든 풍경』, 학고재, 2010


가끔 미술책을 읽는다. 일종의 의무감일수도 있는 책읽기일지도 모른다.
미술책을 읽으면서 드는 열패감은 그간의 삶이 가져다준 잘못된 응과일것이다.
난 미술을 잘 못했다. 재능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참을성과 관찰력이 뛰어나지 못하다.
비겁한 변명이겠지만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선생님의 한마디가 오랜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런지 그림은 왠지 나와 거리가 멀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림은 그리는게 아니라 보는것으로 만족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다행인것은 그림이 좋다, 괜찮다, 이건 뭘 이야기하려는 걸까 고민하는 정도의 수준은 되니, 그냥 본다. 그러다 이해 안되면 '그럼 그 정도에서 끝내면 된다'

이 책은 여타의 미술책과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마다 몇개의 작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 전문가적인 비평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감흥과 경험들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이 책의 장점은 널리 알려지 작품이 아닌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강요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다 보면 그림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그 이야기를 듣다 다시 그림을 보면 무언가 보이는 듯 하다. 무조건 그렇구나 짜맞추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수준에서 이해하면 되지 않은가. 

몇몇 그림에서는 눈이 머물고 손이 머문다. 그리고 오래 보게 만든다.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 하다. 이란의 젊은 작가 이만 말레키의 <하메즈의 전조>, 찰스 스프레이그 피어스 <고독>은 정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하고 놀아웠던 것은 러시아의 풍경화가 '아르힙 쿠인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인연이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가!

요시카와 고지로의 두보강의 『시절을 슬퍼하여 꽃도 눈물흘리고』, 뿌리와 이파리, 2010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렵다. 괜히 시작한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