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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사랑

인어의 글에서


새벽에 창문을 열었다

틈 사이로 찬 바람이 불었다

이불 속에 몸을 깊이 파묻었다

고요한 잠 냄새가 났다.

바람이 차가울 수록 더욱 깊이 몸을 낮췄다

새벽 별이 내 눈가에까지 아기 공룡처럼 기어들어왔다

나는 이불 속에서 눈만 내놓고

아스라히 가물거리는 새벽빛을 바라보았다

나는 다람쥐같았다

예뻤던 세상............

그리고 다시 잤다

잠에서도 나는 새벽을 봤고

세상은 그리고 예쁠 수가 없었다

 

 

 

독서의 역활은 우리에게 생각할 꺼리를 준다는 것이다.  인간은 대체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없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에는 책에서 주는 한가지 주제에 대해 골똘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독서는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사고를 한층 더 강화하며 막연한 생각들의 파편들을 한데 모아준다.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고로 생각을 응집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인간은 대체로 생각보다는 습관에 의지해서 산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만이 깊은 우물속을 반견할 수가 있다. 우리는 그저 바람에 떨고 있는 우물의 가장 윗물에 불과할 뿐이다.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생각이 아니다. 문가를 쓰는 것이다. 거기에는 논리도 객관성도 없다. 그저 뭔가를 쓰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는 것은 하나의 패턴일 뿐이다. 그것은 조금 덜 떨어진 글쓰기다. 잘 쓰기 위해서 잘 생각할 필요는 없다. 쓴다는 행위는 그저 막연한 인간 자체를 기술하는 일종의 멍청한 짓이다. 그래서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바보같은 글스기를 하지못하는 자는 영원히 자신에 대해 쓸 수 없다. 설령 뭔가를 쓴다고 해도 그것은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어떤 글을 빌어와 자신의 감정을 덮어쓴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막연히 어떤 것에 대한 느낌을 쓰는 것이며 그것이 곧 창작이다.

 

인어가 나에게 말하고 있다.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새벽 창문을 열고 빌려온 통문관 책방비화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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