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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이상은,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 EBS 세계테마기행』, 지식채널, 2009


나와 2년간 함께 했던 뽀 양의 선물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선물을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아직까지 나에게 책을 선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얼마만에 받은 책 선물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얼마전에 떡이 책을 줬다. 그걸 잊고 있었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에서 이정현을 보고, 참 재능있으면서 눈빛이 좋은 배우란 생각을 했다. 그녀의 재능답게 우리 사회는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고, 그녀는 이제 가수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더 알려져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의 가능성이 기억난다.

이정현이라는 배우를 보고, 전생에 무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에게는 그런 광기가 있었다. 이상은은 강변가요제의 '담다디'였다. 그녀에게 따라다닌 '담다디'의 꼬리표는 아주 강했다. 이상우의 '슬픈 그림같은 사랑'을 지워낼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생각하면 '집시'가 보인다. 아주 자유롭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 것 같은 모습. 키가 큰 선 머슴 같은 그녀였지만, 그녀의 모습에서는 '자유'가 느껴진다. 그 '자유'란 놈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은 그녀만의 공간에서 철저히 자유로운 모습이랄까.

이 책에서 그녀의 그런 모습이 드러난다. 지극히 짧은 단문속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올곧게 전하는 그 내공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아마 오랜 기간동안 갈고 닦은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인가. 가볍게 생각하고 읽은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장에 빠져듬은 그녀의 진실함이었을 것이다. 스페인에 가고 싶다. 가우디의 나라. 바르셀로나의 고장. 그곳에서 까탈루냐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