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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사랑

비가 오는 날. 그리고 이런 세상이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비가 내립니다. 이런 날이면 여지 없이 센치해집니다. 괜한 감정에 사로잡혀 비 내리는 창밖을 응시해 봅니다. 가끔은 손을 뻗어봅니다. 차가운 빗방울이 손에 느껴집니다. 가끔은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참 예쁜 우산들입니다. 원색의 우산이면 더 예뻐 보입니다. 산들의 색깔도 더 푸르르게 보이게 하는 비입니다. '낙엽을 태우면서'의 수필처럼 살짝 볶은 커피내음이 어울리는 날입니다. 커피는 어떤 것이든 상관 없는 싸구려 입이지만 이런 날은 왠지 원두커피를 먹으면 더 폼이 날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런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흥이 나지 않습니다. 오늘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란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러다가 잡혀 가!' 한 사람도 아닌 두 사람이 제게 이런 말을 합니다. 2010년에 참으로 어울리는 말입니다. 그 사람을 한 사람이나 그 말을 들은 저나 모두 그 말에 공감하는 세상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우리에게 이런 세상이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거짓말은 통하지만 진실은 통하지 않았던 세상이 있었습니다. 그리 오래전이 아니었나 봅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제 뉴스를 보았습니다. 시국선언도 아닌 민노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 수백여명이 파면 또는 해임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세상입니다. 저는 이렇게 배웠습니다. 저는 이렇게 읽었습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게 민주주의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누군가의 생각에 동조해 열심히 일하라고 10만원을 낸것이 자신의 밥줄을 끊어놓을 만한 일인가 반문해봅니다.

연말이 되면, 사랑의 열매다 위문성금이다 뭐다 해서 열심히 걷어갑니다. 나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매년 연말만 되면 나가는 돈이 꽤 됩니다. 크지 않은 돈이니 문제 되지 않습니다. 물론 자발적 성금이라고 하지만 직장생활하는 입장에서 자발적이지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 때문에 자신의 밥줄을 끊는 일이 생긴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 공무원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국민이고 인간이라는 사실은 철저히 무시되는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은 그겁니다.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났냐'라는 우리 선조들의 말도 그런거 아닐까요. 아니 그 말이 전해지던 시대에 그렇지 않았기에 그런 말이 생겨났다고 합시다. 지금은 모두가 다 이렇게 말하는 세상 아닙니까. 국민이 주인인 세상이라고. 세상의 중심은 나이어야 한다고.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비오는 날에는 눈물이 납니다. 괜한 감정에 사로잡혀 눈물이 나고 우울해집니다.

오늘 역시 비가 옵니다. 오늘도 눈물이 납니다. 그런데 오늘 흐르는 눈물은 다른 눈물입니다.
좋은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걸 보여줄것입니다. 믿습니다. 우리의 역사가 그걸 말해줍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믿음과 신념들이 그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눈빛과 열망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나 역시 그들의 믿음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