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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전영각, 『윤미네 집』, 포토넷, 2010



 1990년 시각 출판사가 출간했던 『윤미네 집』이 다시 출간되었다. 불과 1,000여권 밖에 만들지 않았다고 하니 구할 수 없는 책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그 즈음에 난 사진에이 머나먼 동경의 대상이었다. 오랫동안 사진에 관심이 있었으나 내게는 먼 이야기였다. 카메라, 렌즈 그리고 그에 대한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마음속에 옹종그리고 언젠가는을 되내이고 있을 수 밖에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저렴하게 구입한 펜탁스 mx. 노출과 초점에 신경을 쓰며 필를 몇 롤을 소비한 후, 우연히 들른 황학동에서 pen ee-3를 구입하면서 나도 모르게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늘어만 갔다. 물론, 대학 다닐 때 본 한정식 『사진예술개론』, 열화당에서 나온 『듀안 마이클』사진집은 여전히 책꽃이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카메라로의 이동과 함께 가지게 된 사진에 대한 고민들.

 하지만 사진을 알게되면서 사진과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문에 휩싸이게 되었다. 사진을 찍는것이 아니라, 사진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사진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카메라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윤미네 집』을 통해서 사진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지인에게서 선물받은 이 책을 펼치며 응시하는 순간 그네들의 삶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것은 듀안마이클의 사진집을 볼때와는 다른 전율이었다고 할까. 듀안마이클의 사진집이 한 차례의 폭풍이었다면 『윤미네 집』은 봄날 산등성이를 타고 얼굴을 곱게 쓰다듬어 주는 산들바람과도 같은 것이었다. 바람을 타고 내려오며 수없이 많은 나무들과 꽃들의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주려는 듯. 관심가져주지 않는 이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겠지만 관심가져주는 이에겐 따뜻한 이야기 한자락 전해주고 간다. '나 여기 있어요 내 얘기 좀 들어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