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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정기용, 『감응의 건축』, 현실문화연구, 2008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지만, 건축에 관한 책을 참 즐겨읽은 편이다. 건축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그것은 공학이기 이전에 인문학이요 삶에 관한 다양한 편린들이 녹아 들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집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요, 그 곳을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오랫동안 주택에서 살다 근 십여년을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편리함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즈음 요즘 들어 마당이 있는 집이 무척 그리움은 왜일까. 아파트란 공간은 사는 사람이 들어갈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음일까. 그래서 사람냄새 나는 '마당 있는 집'을 그리워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 그 사람에게 '들어가지 못하거나','의미없는 존재'일때 느끼는 허허로움과도 같은.

 오랜시간동안 무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정기용의 마음은 건축을 하는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공간속에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속에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밀것이냐의 문제라고 본다. 건축은 지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곳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으며, 허투루 보이는 풍경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 속에 녹아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정기용의 『감응의 건축』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책이다. 오랜만에 사람냄새 물씬 풍겨오는 책을 읽었다. 아마 올해가 지나기전 정기용의 다른 책들 또한 내 책상 한 귀퉁이에 오롯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것이다. 전작주의자까지는 아니어도 내 마음을 흔들어 버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은 내 오랜 독서습관중의 하나이다. 올 한해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책장의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지 나 역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