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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지크프리트 렌츠 소설, 『침묵의 시간』, 사계절, 2010

적도에 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머리 위로 하나의 선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손을 내어 뻗으면 저쪽과 이쪽의 경계가 손 끝에서 느껴지지 않을까. 그 느낌은 아마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저지선이 아니라 심리적인 저지선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이 주는 서늘한 느낌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것이다. 마치 그건 만지기 싫은 물체를 만지고 난 그 서걱한 느낌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은 자극적일수도 있는 소설의 내용이다. 여교사와 학생과의 사랑이야기. 그것은 아주 먼 양립할수 없는 경계인 동시에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간극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겐 사랑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한것처럼 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의 행동이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을것 같다. 그 미묘한 떨림이 느껴지는 듯하다. 소설은 그리 길지 않다. 아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나 양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안에 녹아 있는 서사 역시 비교적 간단하다. 다만 조금은 친절하지 않을 정도의 행간의 의미가 있어서, 잠시 머뭇거릴때가 있다. 그 머뭇거림의 경계가 오히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정도이다.

학생과 여선생이라는 표피가 벗겨낸다면, 아무럴것도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표피가 주는 느낌 때문에 이 소설은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그 이야기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어마어마하게 다른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다. 우리들 살아가는게 모두 그렇다. 누구에게는 별것 아닌 일들이, 누구에게는 그것보다 더 큰 일이 세상에 없을테니. 누군가에게 보잘것 없는 눈빛과 행동들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그 눈빛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며, 그가 던진 손짓 하나가 그 누군가에게는 잠 못 이루는 하루저녁을 만들어 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밤 늦은 시간 책 주변만 밝힐정도의 불만 켜놓은 상태에서, 행간이 주는 간격만큼 창밖의 어둠을 보며 곱씹어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조금 있으면 겨울이 온다. 창문을 조금 열어 찬 바람이 들어와 살갗을 문지르는 그 쌀쌀함을 느끼며, 다시 읽었으면 하는 책을 만났다. 책은 덮었지만 그 소년의 눈빛이 자꾸 떠오른다. 침묵속에 묻을 수밖에 없는 그의 흔적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