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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두고 온 시

김혜나, 『제리』, 민음사, 2010


2010년 오늘의 작가상 34회 수상작.오늘의 작가상은 참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문학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한수산의『부초』, 임영태『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이다. 한수산의『부초』의 경우 고등학교때 읽은 작품이라 지금껏 기억에 남는다 하더라도, 임영태『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의 강렬함은 아직도 그 책을 다시 읽기 두려울 정도이다. 아마 임영태라는 작가가 꾸준히 활동하고 그의 후속작이 전작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면 전작주의자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이번 수상작 역시 약간의 기대감에서 읽기 시작했다. 예상할 수 있는 광고 문구들이 오히려 소설을 가볍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동정없는 세상』의 광고 문구를 보고 처음과 달라져서 기겁했던 적이 있는데, 이 소설 역시 일반화된 성적 자극의 문구는 오히려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 역시 준수한 정도라는 개인적 평가이다. 그의 작가적 공력이라든가 오랫동안 공들인 듯한 문체는 수준 이상이다. 하지만 뭐랄까 자극적인 내용이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겉에서 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물론 그 내용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 의미하는 바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설 전체의 흐름에 충분히 녹아내리지 못하고 있다. 장정일의 신작에서 보여준 안타까움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을 그려내고 그 심리를 드러내는 데에 아주 충실하다. 제리와 그녀의 관계는 이 시대 젊은이의 초상이자 바로 나의 모습.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그녀의 함께 하고 싶어하는 그 간절함은 나 역시 자주 느끼는 감정이기에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빠져 나가려고 하지만 진흙속에 깊이 묻힌 발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빼내려고 할수록 한쪽 발이 더 무겁게만 느껴진다. 겨우 힘을 써서 빼낸다 하더라도 발 여기저기 묻어 있는 진흙덩어리들이 가슴을 더 무겁게 만들어놓는다. 이 시대의 루저들의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제리나 그녀나 상처받은 영혼이며, 어디든지 갈 수 없는 부재자 그 자체이다. 유동성 머무르지 못함 부유 그것속에서 꿋꿋이 살아 남기를 기대해본다. 어디서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