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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사랑

전수일 감독, 『영도다리』


7월 1일 개봉.
개봉첫날이기에 본 영화라기보다는 우연찮게 시간이 맞았다.
우울한 날이었기에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한다고 될 일인가.
어쩌면 우울했기에 더더욱 이 영화를 봐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더 깊어질테니까.



이 영화는 세개의 시선이 느껴진다.
첫번째 시선은 바로 주인공 하윤의 시선이다. 불안한 그의 감정답게 그 화면은 흔들리며 쓰러질 것만 같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들은 그 불안함을 더욱 자극한다. 마치 내 눈으로 보는 듯한 영화의 디테일들은 섬뜩할 만큼 사실적이다.

두번째 시선은 바로 관객의 입장에서 하윤을 바라보게끔 하는 것이다. 정면으로 응시하며 쳐다볼때 마치 나에게 무슨 말이라도 건넬까 두렵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 말을 듣고 나면 나 역시 그와 함께 음험한 현실의 덫으로 빠져버릴것 같다.

세번째 시선은 지극히 영화적 관습의 시선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철저히 계산되어진 현실 그 자체이다. 절대로 과장되거나 시선을 억지로 붙잡거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가끔은 작위적인 장면들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전체의 맥락을 헤치진 않는다. (이를테면 초반부의 담배피는 장면에서 여학생 둘의 모습은 연기 탓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부적절하다. 그것마저 감독의 의도라면 난 그 의중을 눈치채지 못한것일까)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가운데 하나이다. 인물보다 배경에 더 많은 눈이 갔다. 오랜 세월에 걸쳐 켜켜이 쌓인 흔적과 상처들이 하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하다. 그 앞에 무표정한 모습으로 서 있는 하윤의 모습은 배경과 다를 바 없이 하나가 된 상태로 보여진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 주인공의 모습은 자주 지워진다. 그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화면밖으로 사라진다. 영화의 결말부와 연결지어 본다면 아마 그 사라짐은 하윤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작업과 함께 묶인 의도적 결과물이 아니었나 싶다.

영도다리를 건너고, 배를 타고 왕복하는 풍경속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혼자이다.
그 고독속에서 무언가 기댈곳을 찾고 싶었을까. 인간이란 존재는 혼자일수 밖에 없는 존재이면서 자꾸 자기 안으로 무엇이든지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외롭다는 반증이다. 그 두려움에 자꾸 소통하려고 손을 뻗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지만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일뿐.